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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미술 현장의 동향과 평가 / 미술 감상 안내   
최용대의 회화세계


학예기획팀   /   2012. 4. 5.


최용대의 회화세계
         
회화적 이미지에서 문학적 이미지로

박옥생, 미술평론가/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숲의 신화

나무는 뿌리를 땅에 견고하게 내리고 드높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이러한 나무의 존재하는 방식과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은 인간에게 무한한 사유의 문을 열어준다. 나무와 숲 그리고 산은 신화와 제의와 예술이 탄생하는 시원적인 공간이다. 숲을 오랫동안 그려 온 최용대의 작품세계에는 이러한 나무와 숲이 일구어 온, 말하지 않는 심연(深淵)의 세계가 작가 특유의 서정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La Fore t 숲, 2011, Pigment Acrylic on Canvas, 150X150


사실, 작가에게 나무는 푸른 우주의 무한 공간으로 나아가, 마침내 신(神)의 영역 안으로 편승하는 본질적인 생명력으로 다가 온 듯하다. 또한 작가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나무의 굳은 의지가,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와 닮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곧, 작가에게 나무는 의지와 이상(理想)의 동일시인 것이다. 나무의 생명력은 인간을 물질계에서 정신계로의 변환을 경험케 하고, 이완된 육체가 자연과 만나게 되는 마법과도 같은 세계로의 진입을 가능케 한다. 이를 두고 이국(異國)의 숲에서 느낀 바람과 생명의 소리들에서 초월적이고 치유적인 강력한 힘을 경험했음을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빛이 나뭇잎에 반사되어 희뿌연 공기를 가르는 축축한 신비, 태어남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나무의 태고 적 이야기, 스스로 그러한(自然)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맑은 꽃과 생명체, 이들이 내 뿜는 호흡의 기운들은 잠자는 우리의 정신을 일깨운다. 근작(近作)의 물과 산과 숲의 확장된 자연 이미지들은 지워진 흔적들에서 흔들리고 산란하고 다시 빛나고 있다. 자연의 잠자는 눈(眼)이 깊고 오래된 잠에서 드디어 깨어나는 것이다. 신화(神話)의 수면위로 풀들은 자라나고 숲은 안개로 뒤 덥힌다. 눈이 온 듯 물결인 듯, 그렇게 깨어난 자연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이는 마치 지워진 사물들 사이에서 기억의 저장고처럼, 현전(現前, Presence)하는 실재가 우리 뇌 속에 뿌리 깊게 새겨놓은 흔적들처럼 말이다. 수면, 바람, 숨결 이들은 지워진 부재(不在, Absence)라기 보다 현전의 흔적들인 셈이다. 이러한 현전의 흔적들에서 비로소 세상은 고요한 미적관조에 다다른 작가의 승화된 정신과 하나로 만나고 있다.

 

 

즉, 승화된 정신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적으로 끌어 올리고, 숨겨둔 우주의 표정들을 대면하고 있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우리가 주관적 범주인 과학적 개념에 따라 자연을 재단하는 동안 세계의 원초적 본질인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망각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원초적인 본질 즉,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것이 화가의 직업이라고 말한다.(메를로-퐁티, 남인수 외 옮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동문선, 2004. 참조 박정자, 「그림 속에 감추어진 에피스테메 혹은 해체-푸코와 데리다에 있어서의 회화의 은유성」,「「佛語佛文학硏究」」, vol.52. 2002. 참조)


작가는 퐁티가 생각한 것처럼 세계의 눈을 뜨는 순수한 몰입의 순간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들춰내고, 그 속에서 위대한 자연의 치유와 몰입과 정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숲이 신화의 공간이며 신비한 정령이 이끄는, 온 몸이 반응하는 영적(靈的)인 세계인 것처럼 말이다.



2. 그림으로 시
(詩)를 쓰다.


작가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숲 La Forȇt」 시리즈들은 이러한 자연과의 대면에서 펼쳐지는 순간의 섬세한 사유의 편린들이다. 이는 함축된 시(詩)에서 느끼는 농도 짙은 문학성을 동반하고 있다. 전작(前作)에서 보여주었던 캔버스에 검정 안료가 스며들었던 아득하고 검은 숲에서, 근작(近作)에 새롭게 보여주는 형상지우기의 회색빛 숲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있어 그림그리기는 강한 문학적 취향이며 시적 상상력의 완성으로 보인다. 어쩌면 작가가 오래도록 간직하였던 문학에로의 열망에 관한 회화적 재현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작가의 언어와 시각예술에로의 천착은 그의 그림과 일련의 시작(詩作)들이 만난 2005년 「꽃인 듯 눈물인 듯-김춘수 시」, 2006년 「시와 그림의 만남-강현국 시」에서도 오랜 문학과의 인연과 향수(鄕愁)를 보여준다.
 

 최용대
 미술가의 개인전에서


그의 시와 같은 나무와 숲은 드로잉 작업처럼, 선(線)의 흐름과 사유의 흔적들이 선명하다. 작가에게 있어 그림은 선을 통한 완성과 확장, 숨김과 드러냄임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선들은 수묵산수화의 먹의 흔적처럼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또한 인간 삶의 편린처럼 고독하고 때론 여유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미세하게 반응하고 몰입하는, 시인(詩人)이 세계를 인식하는 확장된 촉각과도 같다. 따라서 작가에게 숲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시적 언어의 대표 이자, 자신이 인식한 세계관의 은유인 것이다. 즉, 작가는 그림으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근작의 회색빛 형상지우기의 시리즈들에서는 한층 더 사유의 깊이에로 들어간 화가의 시적 몽상(夢想)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회화의 문학적 이미지로의 확장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열어준다. 이미지와 문학과의 관계는 고대로부터 푸코(Foucault)에 이르기까지 연구되어 왔지만, 그의 조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동양화의 정신성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소식(蘇軾, 宋)의 화중유시(畵中有詩)는 회화에서의 시의(詩意)의 표현을 중요시한 것인데, 시의는 회화 창작에 있어서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의 표현(寫意)을 강조한 것이다. 석도(石濤, 淸)는 이를 두고 "그림 속의 시적 정취는 그림 속의 의경(意境, 마음의 표현)이 그림 속에 배어날 때 생겨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김연주, 「'詩中有畵, 畵中有詩'-시와 회화의 관계를 중심으로」, 「「美學藝術學硏究」」 vol 14, 2001. 참조) 의경, 사의, 시의, 이 모두는 형상의 재현을 벗어나 마음을 그림(心畵)으로써, 그림을 높은 정신의 단계로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최용대의 회화세계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세계의 본질을 수면위로 건져 올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풍부한 문학성을 입은, 마음으로써 대상을 그리는 초월된 정신성을 던지고 있다. 마치 시를 쓰듯 우주에 관한 단상들은 숲으로 은유되어 작가의 내면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우주의 본질이 자신의 숨겨진 표정을 드러내어 위대한 자연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깨어난 자연은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망각된 순수와 오염된 인간성을 돌려준다. 이는 작가가 시적 언어로 단호하게 경고하는 물질성에 관한 반성이기도 하다. 작가는 부드러운 자연의 품을 통해 오랜 신화와 꿈과 인간성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의 흐릿한 자연의 흔적들에서 우주와 교감하고 위로받는다. 이는 곧 회화적 이미지에서 문학적 이미지로의 교차점에서 발견하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며 정신의 경계(境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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