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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 상상력의 복원: 조명식 매체의 일관성


학예기획실   /   2008. 3. 14.
 

회화적 상상력의 복원

             조명식 매체의 일관성





이희영, 미술평론가


한국은 지난 30년간 상이한 열망들 간의 충돌과 다양한 변혁을 보여왔다. 상당수의 미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그 열망들 중 하나를 대신하려 하거나 변화를 따랐다.

      Form, 2002, aclylic, object, resin on canvas, 147x400
조명식은 회화의 가능성을 자신의 삶과 경험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이루는 주변들을 자신의 회화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그 열망들에 반응했다. 나는 숱한 변화에 반응하면서도 일관되게 지속된 그의 회화적 실험에 주목한다.



1.

조명식이 전문미술가로서의 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1980년대는 한편에서는 삶의 현실을 미술이 고스란히 감당해야한다는 소통의 요구가, 다른 한편에서는 매체 자체의 질서와 가능성을 미술이 첨예하게 실험해야 한다는 전통의 요구가 한꺼번에 미술가들에게 제시되던 때이다. 조명식은 이러한 상반된 당위론과 선택국면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고서도 그리고 어느 한 쪽을 비판 하지 않고서도 지금껏 자신의 동질성을 유지해왔다. 심지어 그의 이웃들은 그들 가리켜 당시를 대신하는 청년미술가의 한 모습으로 기억한다.

       Form, 2006, photo, resin, 109.5x73.5

1990년대는 미술의 위기 혹은 회화의 종말에 대한 언급이 공공연했다. 생태와 기술공학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 전통적 형식의 극복에 대한 찬미는 당시 인터넷과 기술에 국가 발전의 사활을 건 풍조와 일치했다. 그 속에서 조명식은 회화에서 비롯하는 칠, 회화 공간을 암시하는 설치물, 그리고 회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물의 차용과 적용으로 그 변화에 반응했다. 그는 매체의 회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간, 서술과 같은 비가시적 대상을 수용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그를 일말의 종합주의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예술적 동질성을 여전히 유지한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조명식의 매체는 작업실과 화랑에만 머물지 않고 공원, 병원과 같은 대중의 공간에도 위치한다. 작업실에서 진행된 그의 회화적 경험들은 출간되고 더 많은 한국의 관람자들에게 전해진다. 다양한 변화 속에서 면면히 유지해온 조명식 매체의 일관성은 이제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 더 분명히 드러나고 알려지고 있다. 그는 칠(painting), 긋기(drawing)와 같은 회화의 결정적 표현 형식이나 표면, 테두리, 벽과 같은 회화의 구체적 환경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에 반응하고 자신의 경험을 시각적으로 가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From, 2006, 108x74

조명식의 매체는 제작자의 노동을 기록한다. 매끈한 결과를 표면에 남기는 합성수지의 적용에서마저 층들과 결이 암시되고 첫 손길의 근원이 인지된다. 물론 전통적 안료가 노출되는 표면들에는 어김없이 얼룩, 휘갈김, 번짐과 같은 칠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근작으로 올수록 그의 칠은 그가 차용하는 일상의 대상물들과 빈번히 결합한다. 대상이 지닌 본래의 현실적 기능은 매체에 적용되는 순간 노동의 암시에 의해 회화의 사정으로 변형된다.

그의 칠은 눈을 자극하는 장식적 세부나 중대한 메시지에 아무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 그와 동일하게 그의 캔버스 표면에 부착되거나 합성수지 주조물 속에 담겨진 현실의 대상들도 태무심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칠이 미술가 스스로 살아 있음을 노동을 통해 드러내는 반면 이들 대상의 차용은 일상의 삶 속에서 그것을 마주하고 선택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조명식의 작품은 노동이라는 육체적 사실과 선택하는 의지의 경험을 통해 삶을 실증적으로 기록하는 매체로 보인다.

그는 물감이나 합성수지와 같은 점성의 매체를 다룰 때 캔버스 밖에서 묵히는 기다림을 갖는다. 그런가 하면 그것을 표면에 적용했을 때도 최초 자신의 손길에서 유래하는 흔적이 사라질 정도로 건조 과정을 통해 공기의 노출과 화학적 반응이 넉넉히 진행될 기다림이 개입된다.

           Field, 2006, 50x150

조명식이 선택하는 조개, 사진의 조각, 펜촉, 동전, 단추 등과 같은 일상의 대상들은 그의 호주머니, 차, 가방, 서랍 속에서 여러 번 매만지고 묵히고를 반복하면서 그의 손때를 탄 것들이다. 칠의 공정이 갖는 기다림과 물건들의 묵힘은 곧 매체와 선택된 사물들에 미술가의 마음이 스며들게 한다. 관람자는 그의 매체 앞에서 오래전 연인이 전해 준 마스코트를 매만지는 것처럼 따뜻한 온기를 느낄 것이다. 이처럼 마음이 깃든 매체가 걸린 화랑공간은 삶에 대한 제작자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관람자의 또 다른 기억들을 자극한다.

조명식의 매체는 형태와 표면에 머물지 않고 관람자가 서성이는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까지 포함하게 된다. 최근의 제작물에 올수록 그 경험과 기억을 위한 포맷의 설치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꼿꼿이 서서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고 드러나든 그렇지 않든 틀이 암시되고 있다.

      조명식
이는 곧 회화공간에서 유래하는 판독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그의 시도는 관람자를 매체에 수용하고 제작의 동기가 되는 기억을 그들과 공유하는 총괄적인 화랑공간을 창출하게 한다. 그 속에서 관람자는 회화의 속성에서 유래하는 포괄적인 자극으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생각을 새롭게 할 기회를 갖게 된다.




조명식은 격변하는 한국의 환경 속에서 다양한 회화적 변화를 시도하면서 그것에 반응해왔다. 그는 제작의 노동, 경험의 직접성, 그리고 재료와 마음을 결합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는 제작의 공정을 결정하는 칠과 현실의 대상을 통합하고 관람자에게 회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를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느 한 쪽의 주장과 시류를 따르지 않고서도 각각의 시기에 자신의 동질성으로 이웃들에게 기여하고 여전히 새로운 회화적 기회를 창출한다. 이 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는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진행된 극단적 실험과 격변의 환경에서 개인으로서의 미술가가 창출하고 반응한 회화적 자생력의 한 단면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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