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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미술 현장의 동향과 평가 / 미술 감상 안내   
주홍 글씨


전수경   /   MIDAS   /   2004. 12. 2.
 

주홍 글씨



                                                                                                                                        전수경, 화가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인간이 품은 욕망과 유혹의 속성을 요약하는 창세기의 문구가 촘촘히 박히는 자막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2004년 10월 중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을 장식한 "주홍 글씨"(the Scarlet Letter)는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고조시켰다. 개막작인 왕가위 감독의 "2046"대한 댓구의 지위에서 비롯된 홍보효과 뿐만 아니라 1990년대 TV 주말드라마와 영화계를 주름잡던 톱스타 한석규의 재기에 대한 관심 또한 그것이 개봉되자마자 많은 인파를 상영관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또한 19 살에 "오! 수정"으로 스크린에 데뷔하여 나름대로 여배우로서의 색깔을 갖추어가던 중 최근 공중파드라마 "불새" 이후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은주, 그 전 해(2003년) 누드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성현아, 그리고 결코 어려 보이지만 않는 당찬 신예 엄지원 등의 호화 캐스팅 때문이었을 것이다.



M : F = 1 : 3 의 구도 - 삼미신(三美神)


한석규가 맡은 기훈이라는 인물은 세 명의 여성과 관계하고 있다. 남자의 대상은 정숙하고 우아한 아내(엄지원)와 자신의 열정과 도발을 만족시켜주고도 남을 법한 재즈 보컬 출신의 매혹적인 정부(이은주), 그리고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성적 환상을 채우며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제3의 여인(성현아)로 이루어진다.

     도판 1 "주홍 글씨" 포스트의 부분
이는 소위 불륜, 혹은 부도덕이라는 죄목으로 지탄받게 될 설정이겠지만 꽤 많은 남성들이 꿈꿀법한 이상적인 분할의 트라이앵글이 아닌가? 검은 드레스와 성장을 한 4명의 주인공들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 그림에서 제법 노골적인 시선을 던지며 제각기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판1)
남자 하나와 여자 셋).


한 남자와 여자 셋의 역삼각형 구도의 스틸 컷은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사진관을 장식하는 소품 중 하나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삼미신(三美神)의 조각상과 오버 랩 된다. 참혹한 살인의 현장인 사진관에는 연상 작용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몇몇 소품들이 공존한다. 한석규가 사건 발생 직후 수사하는 와중 장난삼아 쓰다듬고 지나간 여인의 와상, 살인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핏빛 얼룩의 흰 성모 마리아 상 등이 같은 장소에 있다.

    도판 2  Raffaello Sanzio(1483~1520),
              Three Graces,  1504~05, Oil on panel, 
              17x17, Conde Museum, Chatilly

삼미신(The three graces)은 서양 미술사에서 헬레니즘 시대 이후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를 거쳐 현대미술에까지도 화가들에게 즐겨 차용되는 상징적 테마이다. 또한 십 수 세기를 지나면서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른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달라지면서 그 상징의미가 점차 변화되고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인 라파엘로가 그린 "삼미신"(1505)은 정숙, 청순, 사랑을 각기 상징하고 있다. 3명의 여인들은 마치 이브의 선악과를 연상시키듯 사과를 손에 쥐고 있다(도판2). 삼미신은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 눈을 돌린 르네상스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도상이다. 신에게 인간의 육체를 입힘으로써 인간도 신과 같이 위대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유연한 곡선이 강조된 여성의 몸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묘한 신비감마저 불러일으키고 르네상스 특유의 인간과 여성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도판 3 Botticelli Sandro, The Birth of Venus, c.1485, Tempera on canvas,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1476년 보티첼리의 대표작인 "봄",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다(도판3). "봄"에는 삼미신, 헤르메스, 플로라, 제피로스, 큐피트 등의 다양한 신들이 어우러져 있다(도판4) 여기서 세 여신이 상징하는 것은 미와 순결과 애욕이다. 먼저 왼쪽의 여신은 화려한 브로치를 달고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있으므로 애욕. 그리고 소박한 차림의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중앙의 여신이 순결. 이 상반된 두 여신을 통합시키고 있는 것이 오른쪽의 미의 여신이다. 한편 사랑의 신 큐피트는 비너스의 머리 위를 날면서 순결의 여신에게 육체적 사랑의 화살을 당김으로써 결혼을 암시하고 있다. 사랑과 결혼을 봄이라는 계절과 여성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형상과 색채로 묘사한 작품을 남겼던 보티첼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혐오자로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도판 4의 부분

도판 4 Botticelli Sandro, Primavera, c.1482, Tempera on
           panel, 203x314,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반전과 패러디(parody)


이제는 몇 세기를 뛰어넘어 이와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의 그림을 패러디한 패션브랜드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광고 이미지를 한번 살펴보자(도판5). 라파엘로의 회화에 등장한 삼미신의 자세를 그대로 옮겨 놓은 3명의 여성 누드모델이 있고 그 오른 편으로는 나신의 여성 그룹과는 달리 이브 생 로랑제품을 입고 선전하고 있는 듯 한 착의의 남성모델 한 명이 서 있다. 다분히 남성 중심적 시각의 이미지 차용이라는 혐의가 짙다. 마치 주홍글씨에서의 한석규와  3 여인의 관계처럼. 단 영화의 종료 십 여분 전 까지만 말이다.

도판 5 Yve Saint Laurent, "한 남자와 삼미신"광고

영화는 그 후반부에 한석규와 이은주가 밀애 도중 엉겁결에 갇혀버린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반전이 이루어진다. 트렁크 안은 마치 고해소와 같이 죄에 대한 참회와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고백하는 장소가 된다. 이은주와 엄지원, 즉 기훈의 정부와 아내, 이 둘의 관계가 대결구도가 아닌 동성애 관계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이로써 모든 것을 다가진 듯 자신만만했으며 오로지 주도적 입장에서 아내와 애인 사이를 오가며 그 줄타기를 잔인하게 탐닉했던 기훈은 온전히 달라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아를 찾지 않고, 남자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사모하며 서성이는 성격으로만 줄곧 묘사되었던 여자 주인공들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드러냄으로써 감독은 영화의 시점이 남성에서 여성 중심적 시각으로 반전되는 극적 효과를 의도했던 듯싶다.

마지막으로 19세기 인상파 화가 마네의 작품인 "풀밭위의 식사"와 함께 이를 정반대 어법으로 풍자한 이브 생 로랑의 다른 광고 이미지를 하나 더 남기면서 독자에게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해석의 몫을 남긴다(도판6, 7).

도판 6 Manet, Lunchen on the Grass, 1863 도판 7 Yve Saint Laurent,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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