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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미술 현장의 동향과 평가 / 미술 감상 안내   
김새벽, 기억의 상실(Memories Fade)


편집취재팀   /   2009. 8. 3.
 

김새벽의 "기억의 상실(Memories Fade)"

2009년 7월 22일 수요일~7월 31일 금요일, Artda gallery, 서울



2004년 6월 30일


김새벽은 2000년대라는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와 활기 속에서 전문 미술가로서 교육을 받은 최근의 세대이다. 그만큼 지난 시대의 극단적 논리나 매적의 과잉된 실험에서 자유로운 훈련의 배경을 가졌다. 이 전시회는 그의 본격적인 첫 등단을 알리는 일이다. 미술의 기획 가능성을 언론적 실천을 통해 참신한 발상으로 줄곧 젊은 미술가들을 소개해온 아트다갤러리의 초대로 이 전시는 구성되었다.

Memo Paper


김새벽의 전공은 조소이지만 그는 전통적 조각에만 머물지 않고 시각적 상상력의 확장 가능성과 실재하는 공간에 관한 섬세한 관찰을 토대로 회화, 사진, 음향 그리고 공연을 해왔다. 이들 시도중 이 번 전시회는 실재하는 공간(real space)에 매체의 표면이 두드러지는 버전(version)을 걸었다. 관람자의 시각을 자극할 표면의 이미지들이 그 자극을 외면하거나 아련히 교란시킬 정도로 흐릿하다. 이 작품들에 "기억의 상실(Memories fade)"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이 전시의 기획자에 의하면 이 버전은 "시간성을 이용한 과정으로서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획자는 이 때 "단순 평면 작업은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십상"이지만 "미니멀(Minalism)"의 한 "방법으로" 그 염려를 극복했다고 한다. 이는 바로 표면의 물리적 속성과 그 표면에 그려진 이미지의 환각적 요소를 실재하는 공간에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합은 그가 바로 조각을 통해 실재하는 화랑 공간(gallery space)에

흔들리는 배

관한 충분한 소화력을 이미 지녔기 때문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기억의 상실"버전의 제작은 "종이를 한 장씩 더"함으로써 "기억이 소멸해 가는 과정"을 가시화했다. 그의 매체 앞에서 관람자는 제작의 공정을 역으로 추적해가고 판독하는 기회를 통해 가물거리는 기억의 상실 경로를 "되새기게" 된다. 화랑에 실재하는 관람자의 인식과 표면의 환각적 사정을 한꺼번에 연결하는 기회가 이 전시회에 두드러져 보인다. 이 점 김새벽의 매체를 특징짓는 하나의 요소로 생각된다.



김새벽(Walter Dawn Kim, 1983~ )


 

 


사라짐의 현상학 또는 20대에만 가능한 것



김노암, 전시기획가, 상상마당 전시감독



젊다는 것이 반드시 미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난 시기 20대 전후의 많은 이들이 증명해왔다. 그들은 비록 표현되지 않고 잠재된 상태에서 모호하지만 누구나 이미 느꼈거나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계속 느낌을 지속시키는 견고한 집중력과 의지를 지닌 이들이었을 것이다.

멀어지는 비행기

어쩌면 누구에게나 폭발적인 창조력이 넘치던 유일한 시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눈치를 챘으나 미처 준비하거나 집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쳐 갔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인생에서 가장 창조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10~20대는 생존경쟁의 세계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시기와 걸쳐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아주 조용히 한때나마 자신에게 접속되었을 창조의 순간에 등을 돌리고 일상과 삶의 현장으로 들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새벽의 첫 개인전을 보며 나는 앞서 우리 모두에게 잠시 남아 있었을 어떤 시점을 상기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결정적 순간이었다거나 인생의 날카로운 임계점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회고의 시간은 아마도 우리가 그것을 어떤 물질적 상상력이나 질료의 감각이 아닌 언어와 의미의 세계에서 다투는 순간을 뜻할 것이다. 작가에게 운이 따라야한다는 것은 그래서 하나의 율법처럼 분명해 보인다.

떨어지는 비행기



빛의 점멸과 형태의 사라짐, 모호하고 투명한 대기로의 돌입.


김새벽의 관심은 일상 사물의 지점에서 운동하는 조형적 미적 효과들에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점차 구체성과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페이드 아웃(FADE-OUT),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가 아닌 미술의 맥락에 서있다. 따라서 페이드 아웃은 마치 미술관 관람 시간이 마감되어 전시장 내부의 조명이 점멸하는 과정을 길게 증폭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또는 이른 아침 관람객을 맞이하기 전 조명을 올리는 순간 까지를 포함하는 아주아주 긴 어둠마저 포함할지 모른다.


개인전에 앞서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전시(서교육십2009)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거주할 수 없는 불가능한 집과 연장선에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여전히 그 존재나 의미가 부조리하여 접근 불가능한 주제와 재료는 감각과 예감이 최고조로 달한 시기에 매우 강렬한 유혹이다. 김새벽 또한 그에 몰입한다. 그에게서 세월의 두께에 기대는 인식의 깊이나 반성적 성찰과는 다른 종류의 어떤 것,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그 어떤 것을 구체화하는 힘을 느낄 수 있을까?

가라 앉는 배


작가 이전에 회고의 순간을 맛보는 것은 이미 자신의 창조의 최고점을 넘겼다는 우울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김새벽의 작업을 보며 느끼는 것이다. 어떤 서사(敍事)도 필요하지 않다. 애써 찾지 말자. 그것은 어쩌면 작품이 주는 예감이나 접촉의 시점을 놓치는 가장 흔한 오류일지 모른다. 20대에 걸맞는 감각을 찾는 것. 그 시기에만 고유하게 사라지는 것, 자의든 타의든 그 시기에만 배제되는 것, 그리하여 어떤 날카로운 직관과 만나는 교직(交織)의 경험을 만나는 것. 그 시기에만 가능한 의미의 과잉과 압축이 스스로 드러나길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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